대한민국 인디 신의 서정적인 감성을 대변해 온 밴드 '얼지니티'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박경구가 향년 3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7일 고인의 개인 계정을 통해 전해진 갑작스러운 부고는 음악 팬들과 동료 뮤지션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습니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상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의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 박경구는 대중음악계의 거물 장범준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핵심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범준과 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장범준의 솔로 1집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며 사실상 공동 작업자로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어려운 여자', '낙엽엔딩', '신풍역 2번출구 블루스' 등 리스너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던 수많은 명곡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특히 고인은 '홍대와 건대 사이'의 원작자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언어를 구축해 왔습니다. 장범준과 함께한 '잠이 오질 않네요',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 등은 물론, 솔로 창작자로서 보여준 서정적인 멜로디는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솔한 삶의 단면을 포착해 내는 힘이 있었습니다.
비보가 전해지자 지난해 3월 장범준이 4집 발매 당시 남겼던 글이 다시금 회자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당시 장범준은 "경구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우정 어린 글을 남겼고, 이에 고인은 "저 건강합니다"라고 답하며 팬들을 안심시킨 바 있습니다. 팬들은 해당 게시물에 "진짜 아팠던 게 아니었느냐",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가 야속하다"며 고인과의 마지막 약속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박경구는 생전 무대와 작업실을 묵묵히 지키며 자신만의 소신으로 음악을 빚어온 진정한 아티스트였습니다.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주옥같은 선율들은 여전히 수많은 이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영원히 숨 쉴 것입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